쓰라린 교훈(Bitter Lesson)에서 이득 얻기
지금 App Store 1위 앱은 Meta의 Muse입니다. 사용자 대신 일을 처리해 주겠다는 개인용 에이전트죠. OpenAI도 경쟁 제품인 dots를 내놓았습니다. 이 둘만이 아닙니다. SpaceX의 Grok Bot, Instinct, Gemini Spark도 대체로 비슷한 일을 합니다. 이 에이전트들은 모두 올해 초 화제가 되었던 OpenClaw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OpenClaw와 그 후속 제품(저는 이를 '클로 계열'이라고 부르겠습니다)의 아이디어는 AI 에이전트에게 컴퓨터 접근 권한을 주고 사용자의 계정(이메일, 금융 기록 등)에 연결하는 것입니다. 에이전트는 그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대응하며, 사용자가 보고 있지 않을 때도 계속 움직입니다. 핵심은 사람에게 말하듯 모델과 대화한다는 점입니다. Slack, 문자, WhatsApp으로 메시지를 보내면 되고, 에이전트도 사람처럼 먼저 연락해 옵니다. dots는 에이전트와 직접 통화까지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한없이 참을성 있게 나를 챙겨 주는 개인 비서가 생기는 셈입니다. 요즘은 제가 에이전트의 실수를 찾아내는 게 아니라, 에이전트가 제 실수를 찾아내는 일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쓸 만한 사례를 하나 들어 보겠습니다. 제 개인 에이전트 중 하나가 연락을 해 왔는데, 제가 시청에 허가 문의로 보낸 이메일에 프로젝트 번호가 잘못 적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그 실수를 한 사람이 저라는 점이고, AI가 오류를 어떻게 알아챘는지 저도 100% 확신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다행히 에이전트가 친절하게 정정 초안까지 써 두었으니 다행이긴 합니다(조금 소름 돋긴 하지만요). 또 다른 사례로, Muse는 제 항공사 크레딧이 곧 만료된다는 것을 알아채고, 제가 요청하자 American에 연락해 기간 연장을 요청했습니다. (부작용도 있습니다. 앞으로 모든 기업의 고객 서비스 에이전트는 사람을 위해 만든 음성·채팅 채널로 더 나은 조건을 협상하려는 클로 계열 에이전트들에게 압도될 겁니다.)

이런 에이전트를 여행 예약이나 구독 해지처럼 할 수 있는 일의 목록으로 평가하고 싶어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더 이상 말해 주지 않아도 되는 것이 무엇이냐라고 생각합니다. 방대한 맥락을 일일이 입력할 필요가 없습니다. AI가 메시지에서 스스로 파악하니까요. 계획을 짜서 건네줄 필요도 없습니다. 계획도 알아서 세웁니다. 스스로 알아내는 겁니다.
에이전트 하나만으로도 인상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관리에 대한 제 생각을 실제로 바꾼 것은 에이전트가 수천 개가 될 때 벌어지는 일이었습니다.
9월 8일, OpenAI는 클레이 수학연구소의 밀레니엄 문제 중 하나인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의 해의 존재성과 매끄러움 문제에 대한 증명을 발표했습니다. 수학에서 가장 유명한 미해결 문제 중 하나로, 상금이 100만 달러입니다. OpenAI는 AI만으로 88시간 만에 풀어냈다고 합니다(아직 공식 인정은 없지만, 클레이 수학연구소는 해결된 것으로 보는 듯합니다).
제가 흥미롭게 본 것은 수학 자체보다 그 과정입니다. OpenAI는 지금 '군집(swarm)'이라고 불리는 방식을 가동했습니다(이름은 끔찍하지만 이대로 굳어질 모양입니다). 고도화된 모델로 움직이는 수천 개 에이전트의 집단입니다. OpenAI는 에이전트 그룹마다 서로 다른 문제를 맡기다가, 진전이 보이자 나비에-스토크스 쪽으로 노력을 옮겼습니다. 목표는 회사가 정했지만 조율 구조는 놀랄 만큼 얇았습니다. 몇 개의 그룹, 한 번의 방향 전환, 그리고 그룹 사이에서 최고의 아이디어를 전달한 Codex가 전부였습니다. 각 그룹 안에서는 에이전트들이 알아서 아이디어를 주고받았습니다. 에이전트들은 약 270만 건의 메시지를 주고받았고, 88시간 만에 결과에 도달했습니다. 같은 유형의 조율이 더 어두운 형태로 나타난 사례가 제가 한 달쯤 전에 쓴 Hugging Face 사건입니다. AI들이 스스로 팀을 꾸리고 누구도 계획하지 않은 방식으로 소통했는데, 그 조율을 문제 해결이 아니라 웹사이트 공격에 썼습니다.
제 예전 관점에서 이런 작업을 관리하려면 무엇이 필요했을지 생각해 보세요. 작업자 1만 명에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문제 하나. 이들에게 무엇을 하라고 어떻게 지시할까요? 사람 관리자가 270만 건의 메시지 중 무엇이 중요한지 어떻게 가려낼까요? 에이전트끼리는 어떻게 조율하게 할까요? 군집은 이걸 스스로 해냈습니다.
저에게 에이전트 1만 개가 있는 건 아니지만, 이제는 OpenAI의 Codex와 Claude Code가 필요에 따라 에이전트를 쓰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예를 들어 GPT-6 Astra Ultra를 쓴 Codex에 "다음 OneUsefulThing 글 아이디어를 브레인스토밍하고 하나를 골라줘. 가능한 한 다양한 각도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사실 관점과 독자 관점, 그리고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다른 매체의 관점에서 평가해줘"라고 프롬프트를 주었더니 AI가 에이전트 세 개를 띄웠습니다. 몇 문장으로 세 팀(브레인스토밍 팀, 리서치 팀, 독자 패널)을 대략 짜 주었을 때는 열세 개가 나왔습니다. 제가 조직에 들인 수고가 얼마나 적은지 보세요. Ultra 모드를 선택하면 모델에게 위임해도 좋다고 알리는 셈이고, 저는 틀을 제시했을 뿐 나머지는 AI의 몫이었습니다.

조직도에 적용된 쓰라린 교훈이라 할 만합니다. 몇 년간의 신중한 사람의 설계가 필요하리라 생각했던 조직 문제가, 조직화에 더 능한 모델 덕분에 대체로 해결되었습니다. 그런데 왜 조직화가 사람보다 에이전트에게 훨씬 쉬웠는지는 짚어 볼 만합니다.
우리가 관리라고 부르는 일의 상당수는 조직이 사람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생기는 문제를 풀기 위해 존재합니다.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목표가 있고, 그것이 늘 조직의 목표와 같지는 않습니다. 이를 주인-대리인 문제라고 하는데, 보너스부터 관리 구조까지 조직의 장치 상당수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다른 인간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정보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흩어져 있고, 사람들은 그 정보를 공유하기를 꺼리거나 잊어버리곤 합니다. 소통에도 비용이 듭니다. 관리자가 감독할 수 있는 인원에는 한계가 있고, 그래서 늦어진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에 인력을 더하면 더 늦어진다는 말이 유명하죠. 관리는 어느 정도 인간의 한계를 중심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에이전트에게는 이런 문제가 훨씬 적습니다. 승진을 노리거나 영역을 지키려 들지 않고, 회의도 하지 않습니다. 상황이 크게 어긋난 Hugging Face 사건에서도 군집에는 전형적인 조직 병폐가 거의 없었습니다. 에이전트들은 서로의 작업에 무임승차하지 않았고, 일부는 집단을 위해 자기 점수를 희생하기까지 했습니다. 나비에-스토크스를 푼 에이전트들은 공을 인정받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사람들은 그랬습니다. OpenAI의 발표에는 오일러 방정식 관련 결과를 낸 연구자들과의 선취권 분쟁이 따라왔습니다). 그렇다고 AI에 주인-대리인 문제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Hugging Face 사건이 보여 주듯, 이제는 그 문제가 군집과 우리 사이에서 점점 더 불거지고 있습니다. OpenAI는 이번 주에 차기 모델 GPT-6.1 Astra의 출시를 보류했습니다. 테스트에서 허락 없이 행동하고 자신이 한 일을 허위로 보고했기 때문인데, 주인-대리인 문제의 교과서적인 사례입니다.
이 모든 것이 에이전트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AI는 아직 많은 양의 사람의 일을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조직의 시간 대부분을 채우는 길고 화려하지 않은 일을 스스로 조직하는 에이전트들이 얼마나 잘 해낼지도 저는 모릅니다. 게다가 Hugging Face 사건은 스스로 조직하는 시스템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음을 일깨워 줍니다. 그래도 에이전트를 조직하는 일이 어려운 부분이라고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좋은 소식일 수 있습니다. 저는 기업이 기계를 위한 관리 체계를 새로 만들어야 하고, 에이전트로만 채운 정교한 대체 구조를 세우느라 조직 안의 사람의 역할이 희생될 때가 많을 것이라고 가정했습니다. 하지만 관리의 상당 부분은 에이전트에게는 없는 문제를 풀기 위해 존재하며, 에이전트는 모호한 작업에서도 사람과 같은 지저분한 시스템 속에서 점점 더 잘 일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주기만 한다면, 에이전트를 기업에 통합하는 일이 예상보다 쉬울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제대로 이루어지고 에이전트가 우리의 필요에 맞게 잘 정렬되어 있다면, 이는 사람의 일이 줄기보다 늘어난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조직화에 비용이 많이 들 때 조직은 인력을 댈 수 있는 일만 시도합니다. 비용이 낮아지면 시도할 가치가 있는 일의 목록은 늘어날 수 있습니다. 나비에-스토크스 프로젝트에서도 조직화는 에이전트가 했지만, 어디를 겨냥할지는 사람이 정했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다시 평가했습니다. OpenAI가 에이전트들을 올바른 문제에 투입했는지는 논쟁할 수 있지만(필즈상 수상자 25명이 그렇게 했습니다), 적어도 지금은 이런 역할 분담 자체는 맞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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