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직접 코딩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I'm going back to writing some code
핵심 요약
AI로만 코딩하던 작성자가 코드 품질 저하를 느끼고 다시 IDE를 켜 직접 코드를 수정하며 느끼는 회고입니다.
- 바이브 코딩의 한계 — AI가 생성한 코드가 비대해지고 유지보수가 어려워짐
- 직접 코딩의 가치 — IDE를 통해 코드를 직접 수정하며 프로젝트와 다시 연결되는 느낌을 받음
- AI 활용 방식 — AI를 완전히 배제하기보다 복잡한 작업은 AI에 맡기고 핵심은 직접 관리하는 방향
- 코드 품질 관리 — 정적 분석 도구와 엄격한 검토 과정의 중요성이 다시 대두됨
거의 10년 가까이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해온 사람으로서, 올해 7월 Fable 5가 나오기 전까지는 '바이브 코딩(vibe-coding)'이라는 개념 자체를 아주 회의적으로 봤음. LLM이 내놓는 결과물 자체를 불신한 건 아니고 ChatGPT도 다른 작업에 잘 써먹고 있었지만, AI 모델이 그 수준까지 올라올 거라곤 생각 안 했거든. 우리 팀 주니어들이 쓰레기 같은 코드를 미친 속도로 찍어내면서, 정작 지들이 커밋하는 게 뭔지도 이해 못 해서 내가 일일이 갈궜던 기억이 생생함.
근데 Fable 5랑 Opus 5를 써보고 나서 바이브 코딩이랑 사랑에 빠져버림. 갑자기 그냥 다 되는 거임. 프롬프트만 제대로 짜주면 AI가 알아서 꽤 괜찮은 코드를 뽑아내더라고. 마치 주니어랑 일하는 느낌이었음. 내가 제대로 지시하고, 어떤 접근 방식을 쓸지, 어떤 기술이나 라이브러리를 쓸지 알려주면 나보다 훨씬 빠르게 타이핑을 치니까.
지난 몇 달 동안, 특히 Opus 5.5 나오고 나서는 코드를 진짜 미친 듯이 뽑아냈음. 심지어 Visual Studio를 깔아둘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였으니까. 여기다가 Claude Code가 너무 좋아서 오히려 짜증 난다는 글을 썼는데 https://www.reddit.com/r/ClaudeCode/comments/1wwo10h/i_hate_claude_code/ 2천 개 넘게 추천받기도 했지.
근데 이번에 Opus 5.5랑 Fable로만 짠 프로젝트 내부를 뜯어봤거든?
진짜 가관임. 파일 61개에 걸쳐서 수만 줄짜리 클래스가 하나 있더라(C#의 partial class). 하나만 그런 게 아니라 그런 게 한두 개가 아님. 그냥 클래스에 계속 쓰레기 같은 코드를 덧붙여서 덩치만 존나게 키워놓은 거임.
1+1 수준의 테스트를 하는 유닛 테스트는 수천 개나 되고, 반복할 때마다 그걸 다 돌리고 앉았음.
코드 대부분이 스파게티 그 자체임. 물론 에이전트 써서 다시 짜라고 시킬 수도 있겠지. 근데 그래도 문제임. 그래, 작동은 해. 작동은 한다고. 근데 이제 뭘 하나 추가하면 다른 데가 우르르 터지는 느낌이야. 내가 뭘 만들고 있는지 이해가 안 가니까, 코드베이스가 어떤 느낌인지 파악해야 뭘 제대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결국 나도 이 짓을 몇 년이나 해온 놈인데 말이야.
그래서 오늘 VS를 켜고 거의 파일 탐색기처럼 썼음. 게임이 프레임 단위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다 훑어보고, 문제 있는 것들을 싹 고쳤지. 지금 하는 말이 좀 히피처럼 들릴지 모르겠는데, 다시 코드베이스랑 '연결'된 기분이 들더라. 이제야 다시 내 프로젝트 같음. IDE에서 몇 시간 보낸 것뿐인데 말이야. 몇 년 만에 자전거 타는 느낌이랑 비슷함. 코딩하는 법을 까먹는 건 아닌데, 손가락이 좀 굳어있었던 거지.
앞으로 코드를 전부 다 내 손으로 짤 생각은 없음. 간단한 일회성 프로젝트는 여전히 바이브 코딩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LLM이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보수 가능한 수준으로 프로젝트 아키텍처를 설계할 수 있게 되려면 얼마나 걸릴지가 관건이겠지. 근데 아직 그 정도는 아니라고 봄. 지금도 멍청한 짓을 존나게 하거든. 물론 사람도 멍청한 짓을 하긴 하지만, 적어도 나는... 멍청한 짓을 안 할 수 있잖아.
내가 그냥 꼰대인 걸 수도 있지. 근데 난 이 '코딩'이라는 걸 하는 게 진짜 좋거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