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워크플로우를 오후 한나절 만에 복제할 수 있다면, 당신의 해자(moat)는 무엇인가?
If your AI workflow can be copied in one afternoon, what exactly is your moat?
핵심 요약
AI 워크플로우 자체는 쉽게 복제되므로, 진정한 경쟁력은 도메인 전문성, 유지보수, 그리고 고객과의 신뢰 관계에서 나옵니다.
- 기술적 해자 부재 — 프롬프트나 툴 스택은 누구나 쉽게 복제 가능함
- 도메인 전문성 — 현장 경험을 통해 얻은 비즈니스 문제 해결 능력이 핵심임
- 유지보수 가치 — 시스템 장애 시 즉각 대응하는 책임감이 고객을 붙잡아둠
- 고객 관계 — 니치 마켓 내의 평판과 추천이 강력한 진입 장벽이 됨
지난주에 누가 나한테 파트너십 제안을 하더라. 자기네가 틈새시장을 노린 "독자적인 AI 시스템"을 만들었다면서 나보고 리셀러를 하라는 거야. 데모를 봤는데, Claude Code 쓰면 오후 반나절 만에 똑같이 만들 수 있겠더라고. 물어보니까 그쪽도 그렇게 만들었대. 그래서 경쟁자가 똑같이 따라 하면 어쩔 거냐고 물었더니, 프롬프트가 핵심이라나 뭐라나.
내가 왜 이런 거에 신경 쓰는지 배경을 좀 설명하자면, 난 AI 에이전시를 운영해. 기업 내부의 비싸고 반복적인 업무 하나를 딱 집어서 시스템을 구축해주고, 그 회사가 굳이 AI 팀을 따로 안 뽑아도 되게 만들어주는 일을 하지. 솔직히 말해서, 똑같은 툴 쓰는 놈이면 내가 지금까지 납품한 워크플로우 전부 다 베낄 수 있어. 내가 수천만 원씩 받고 넘긴 것들도 마찬가지고. 근데 난 이미 해탈했어. 애초에 고객들이 돈 내는 이유가 워크플로우 자체가 아니거든.
고객들이 돈 내는 진짜 이유는 내가 어디서 문제가 터지는지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야. 어떤 고객은 송장이랑 구매 주문서 대조하는 데만 일주일에 20시간씩 날리고 있었어. 원인을 파헤쳐 보니까, 어떤 공급업체 하나가 PO 번호를 이메일 제목에만 적어놓고 본문에는 안 적어놔서 생긴 문제더라고. 내가 3주 동안 사무실에 죽치고 앉아서 직원이 일하는 걸 지켜본 끝에 찾아낸 거지. 경쟁자가 워크플로우는 베낄 수 있어도, 그 3주라는 시간은 절대 못 베껴.
그리고 베낄 수 없는 게 하나 더 있는데, 바로 그 이후의 1년이야. 버전 1은 데모 데이터로 돌리면 잘 돌아가. 근데 실제 현장에선 첫 달부터 예외 상황이 수백 건씩 터져. 1년쯤 지나면 시스템은 AI가 20%, 이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온갖 잡다한 노하우가 80%가 돼. 예고도 없이 바뀌는 공급업체 양식, 이메일 대신 왓츠앱으로 처리되는 결재 같은 것들 말이야. 이런 건 프롬프트에 적혀 있지도 않고, 내 머릿속이랑 엄청나게 긴 Notion 페이지에만 기록돼 있어.
새벽 2시에 소프트웨어 터지면 누군가는 전화를 받아야 해. 기업들은 그 '전화받을 사람'한테 돈을 내는 거지, 소프트웨어 자체는 부수적인 거야. 고객들이 "다른 데서 더 싸게 할 수 있는데?"라고 말해도 결국 나를 쓰는 이유는, 지난번에 문제 터졌을 때 직원들이 눈치채기도 전에 내가 다 고쳐놨기 때문이지.
틈새시장 내에서의 유통망도 생각보다 훨씬 중요해. 첫 번째 고객이 두 번째 고객을 소개해 주거든. 그러니까 프롬프트, 모델 선택, 툴 스택 같은 건 절대 해자(moat)가 될 수 없어. 자물쇠 아이콘 달린 슬라이드에 넣을 법한 그런 것들 말이야.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오후 반나절이면 다 따라 할 수 있고, 어차피 모델은 분기마다 바뀌는데 무슨 의미가 있겠어.
그러니까 에이전시 운영하는 형들은 워크플로우 팔 생각 하지 마. 그 회사 돈이 어디서 새고 있는지 내가 알고 있고, 문제 터지면 바로 전화받아준다는 걸 팔라고.
진짜 해자는 쌓여가는 데이터, 뜯어내기 힘들 정도로 깊게 박힌 통합 시스템, 아니면 네가 꽉 잡고 있는 유통망이야. 우리 대부분은 투자자들이 말하는 그런 거창한 해자는 없어. 그냥 남들보다 조금 앞서 나가는 거랑, 고객과의 관계가 전부지. 근데 그거면 충분해. AI 나오기 훨씬 전부터 에이전시 모델은 원래 그랬으니까. 오후 반나절 만에 뚝딱 만든 걸 자산이라고 착각해서 비싸게 팔아먹으려는 게 문제인 거지.
세 줄 요약: 코딩 에이전트만 있으면 누구든 네 AI 워크플로우를 오후 반나절 만에 베낄 수 있다. 내 것도 마찬가지임. 진짜 경쟁력은 그 회사가 어디서 돈을 잃고 있는지 파악하는 능력, 1년간 쌓인 온갖 예외 상황 처리 노하우, 문제 터졌을 때 바로 달려가는 책임감, 그리고 틈새시장 내의 인맥이다. 프롬프트나 툴 스택은 해자가 아님. 오후 반나절이 아니라 '관계'에 가격을 매겨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