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ude가 대부분 스스로 설계한 양자 회로가 기존에 발표된 최고 수준의 회로를 능가했고, 일부 사례에서는 효율이 10배 이상 높아졌습니다.
양자 컴퓨터가 제한된 하드웨어에서 유용한 알고리즘을 돌리려면 세심하게 설계된 회로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화학, 최적화, 물리 시뮬레이션, 정수론 분야의 양자 회로 8개에 대한 사양을 일상 언어로 작성해 Claude에게 주었습니다. 각 설계를 검증하고 점수를 매기는 자동 평가기도 함께 제공했습니다. Claude는 대부분 스스로 작업해 기존에 발표된 최고 수준의 회로를 능가하는 설계를 찾아냈고, 일부 사례에서는 효율이 10배 이상 높아졌습니다. 이런 개선은 유용한 응용에 필요한 양자 자원을 크게 줄여 주므로, 실용적인 양자 컴퓨터가 예상보다 빨리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이 연구는 Anthropic의 STEM Fellows Program의 일환으로 Andi Gu가 이끌었으며, Anthropic의 양자 물리학자 Alek Kemeny가 멘토를 맡았습니다. Susanne Yelin(하버드 대학교), Mikhail Lukin(하버드 대학교, QuEra Computing)과 협력해 진행했습니다. 전체 논문은 arXiv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고전 컴퓨터는 0 또는 1 중 하나의 값을 갖는 비트에 정보를 저장합니다. 반면 양자 컴퓨터는 큐비트(qubit)에 정보를 저장하며, 큐비트는 단일 원자, 초전도 회로, 빛 입자 등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큐비트는 양자 시스템이 여러 상태의 조합으로 동시에 존재할 수 있게 하는 중첩(superposition) 같은 양자 현상을 활용해 정보를 처리합니다. 덕분에 화학, 재료 과학, 정수론 등에서 기존 컴퓨터로는 너무 어려운 문제도 풀 수 있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양자 컴퓨터의 큐비트는 수백~수천 개에 불과합니다. 고전 컴퓨터보다 실질적인 이점을 약속하는 알고리즘 상당수를 돌리기에는 턱없이 적은 수입니다. 게다가 큐비트는 열, 진동, 심지어 우주선(宇宙線) 같은 환경 잡음에 매우 민감합니다. 아주 작은 교란에도 큐비트의 상태가 흔들릴 수 있고, 이런 사소한 오류가 쌓이면 컴퓨터가 틀린 답을 내놓게 됩니다.
큐비트도 계산 시간도 귀한 자원이다 보니, 연구자들은 더 적은 큐비트로 더 짧은 시간에 계산을 끝내도록 양자 알고리즘을 다시 설계해 왔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FeMoco 시뮬레이션입니다. FeMoco는 박테리아가 공기 중의 질소를 암모니아로 바꿀 때 쓰는 효소인 질소고정효소(nitrogenase)의 핵심에 있는 철-황 클러스터입니다. 이 작동 원리를 이해하면 제조업체가 화학 반응을 빠르게 하는 데 쓰는 물질인 산업용 촉매를 더 잘 설계할 수 있습니다.
2017년 연구진은 FeMoco의 바닥 상태 에너지를 계산하는 데 양자 컴퓨터가 약 50조 개의 Toffoli 게이트를 필요로 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바닥 상태 에너지는 가장 안정된 배치의 에너지로, 화학자들이 FeMoco의 반응 방식을 예측하는 데 꼭 필요한 값입니다. (일반 컴퓨터처럼 양자 컴퓨터도 큐비트에 게이트라는 단순한 연산을 길게 이어 적용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Toffoli 게이트는 실행 비용이 가장 큰 게이트 중 하나라서, 그 개수를 세면 계산에 걸리는 시간을 가늠하는 표준적인 방법이 됩니다.)
이후 알고리즘이 잇달아 개선되면서 추정 게이트 수는 약 3억 4천만 개로 줄었습니다. 약 15만 분의 1로 감소한 셈이며, 물리 큐비트 약 300만 개를 갖춘 미래의 기계에서 몇 시간 정도 걸리는 계산에 해당합니다.1
이런 감소는 하드웨어 개선보다는 계산을 수행하는 회로를 다시 설계한 덕분에 이루어진 것이 대부분입니다. Claude는 고전 알고리즘 최적화에 특히 능숙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각 회로가 무엇을 계산해야 하는지만 일상 언어로 설명해 주었을 때 양자 알고리즘에서도 같은 일을 해낼 수 있는지 확인해 보고자 했습니다.
Claude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이 작업에 유독 잘 맞습니다. 첫째, 양자 알고리즘은 양자 회로로 구현되며, 회로는 앞서 언급한 Toffoli 게이트 같은 게이트의 나열로 이루어집니다. 중요한 점은 이런 회로를 코드로 기술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덕분에 Claude의 코딩 능력을 활용해 회로 설계를 일반 프로그램처럼 작성하고, 실행하고, 수정할 수 있습니다. 둘째, 우리가 특히 최적화하고 싶었던 (꽤 흔한) 유형의 양자 알고리즘은 정확성을 효율적으로 테스트할 수 있습니다. 입력마다 명확한 출력이 하나씩 나오므로 일반 컴퓨터로 검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외부 평가 프로그램이 Claude의 제안을 검증하도록 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Claude가 개선할 대상으로 명확하고 객관적인 점수를 줄 수 있습니다. 사용한 큐비트 수에 게이트 수를 곱한 값이며, 회로 실행 시간을 가늠하는 대용 지표입니다.
실험 결과 Claude Mythos 5는 폐쇄 루프에서 성공적으로 작업했습니다. 회로 설계를 제안하고, 평가 프로그램에서 피드백과 점수를 받고, 이를 바탕으로 다음 시도를 개선하는 과정을 사람의 개입 없이 반복했습니다(그림 1 참조). 화학, 최적화, 양자 시뮬레이션, 정수론, 수치 계산을 위한 8가지 계산 기본 단위(더 큰 양자 알고리즘을 구성하는 기본 루틴)에서 Claude는 기존에 발표된 최고의 알고리즘보다 큐비트도 게이트도 적게 쓰는 새로운 설계를 찾아냈습니다(그림 2).
모든 사례에서 개선은 기존 설계를 미세 조정한 결과가 아니라, 문제에 담긴 새로운 구조적·수학적 통찰을 발견한 데서 나왔습니다. 예를 들어 철-황화물 분자를 시뮬레이션하는 회로를 컴파일하던 Claude는 이 분자의 대칭성과 반복 구조 덕분에 일부 결과를 한 번만 계산해 재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챘습니다. 시스템의 각 부분마다 다시 계산할 필요가 없었던 것입니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기존 회로에 극히 드문 입력만 처리하려고 넣은 값비싼 구성 요소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그 요소 없이 회로를 다시 설계했습니다.
아래에서 Claude의 발견 두 가지를 소개합니다. 첫 번째는 타원 곡선 계산에서 가장 비용이 큰 단계인 모듈러 역원 연산을 수행하는 새로운 방법입니다. 두 번째는 대표적인 양자 최적화 알고리즘에서 비용이 가장 큰 단계를 약 12배 저렴하게 만든 설계입니다.
이 결과는 이제 AI가 양자 회로 재설계를 도울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양자 알고리즘을 더 빠르고 실행하기 쉽게 만드는 핵심 단계입니다. 회로 설계가 빨라지면 신약 개발, 더 좋은 배터리, 더 친환경적인 비료 제조법 같은, 양자 컴퓨터가 풀어야 할 문제들에 더 일찍 손이 닿을 수 있습니다.

양자 회로를 설계할 때는 일반 프로그래밍에 없는 두 가지 제약이 따릅니다. 첫째, 양자 회로에서는 일반 프로그램처럼 "if-then" 분기를 할 수 없습니다. 일반 프로그램은 값을 확인한 뒤 두 코드 중 하나만 실행하면 됩니다. 하지만 양자 컴퓨터는 수많은 입력의 중첩 상태에서 한꺼번에 동작하고, 그중 일부는 첫 번째 코드를, 일부는 두 번째 코드를 실행해야 합니다. 그래서 회로는 실행할 때마다 두 경우의 연산을 모두 포함해야 합니다.
둘째, 양자 회로는 정보를 버릴 수 없습니다. 일반 프로그램은 계산이 끝나면 중간 작업물을 덮어쓰거나 지워도 됩니다. 그러나 양자 컴퓨터에서는 모든 단계가 가역적이어야 하므로 이런 중간 정보를 그냥 지울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정보를 그대로 남겨 둘 수도 없는데, 남은 중간 작업물이 최종 결과를 오염시키기 때문입니다. 정보를 없애는 유일한 방법은 그 정보를 만든 계산을 거꾸로 실행해 "역계산(uncompute)"하는 것이고, 이때 추가 게이트가 필요합니다. 두 제약 때문에 양자 회로는 실행 시간과 큐비트 면에서 고전 회로보다 훨씬 비용이 큽니다.
이 제약은 공간(즉 큐비트)과 시간 사이에서 어려운 절충을 강요합니다. 한쪽 극단에서는 중간 결과를 쓰자마자 역계산할 수 있습니다. 큐비트는 확보되지만, 나중에 같은 결과가 다시 필요하면 재계산해야 하므로 게이트가 늘고 실행 시간이 길어집니다. 반대쪽 극단에서는 중간 결과를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때까지 보관할 수 있습니다. 같은 작업을 반복하지 않아도 되지만, 훨씬 많은 큐비트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양자 회로 설계는 Claude의 능력을 시험하기에 특히 흥미로운 과제입니다. 회로는 일반 코드로 작성할 수 있지만, 이를 개선하려면 모델이 일반 프로그래밍과는 전혀 다른 제약 조건 아래에서 추론해야 합니다.
Claude에게 처음 맡긴 과제는 점 덧셈이었습니다. 수학적 곡선(타원 곡선) 위의 두 점을 결합해 세 번째 점을 만드는 규칙입니다. 점 덧셈은 타원 곡선 이산 로그 문제를 푸는 양자 알고리즘의 핵심 단계입니다. 이산 로그 문제란 시작점과 그 점을 n번 더한 결과가 주어졌을 때 n을 찾는 문제입니다. 큰 곡선에서는 일반 컴퓨터가 합리적인 시간 안에 풀 수 없지만, 충분히 큰 양자 컴퓨터라면 풀 수 있습니다.
이런 알고리즘은 점 덧셈을 역방향까지 포함해 수없이 반복하며, 큐비트와 실행 시간 비용의 대부분이 이 덧셈에서 발생합니다. 계산하기는 쉽고 되돌리기는 극도로 어려운 이런 문제는 양자 컴퓨터가 일반 컴퓨터보다 지수적으로 빠르다는 것이 처음 입증된 분야에 속합니다. 이런 이유로 점 덧셈은 이 분야의 표준 벤치마크가 되었고, Claude에게도 만만치 않은 시험이었습니다. 그래서 점 덧셈에 정말로 필요한 큐비트와 게이트가 최소 얼마인지 탐색해 보라고 요청했습니다.
Claude에게는 한 문단짜리 지시문을 주었습니다. 여기에는 점 덧셈의 수학적 규칙과, 평가기가 제안된 회로의 정확성을 검사하고 사용한 큐비트 수와 게이트 수로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 담겨 있었습니다. 또한 여러 접근법을 병렬로 탐색하라는 지시도 넣었습니다. Claude는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한 채(처음의 지시문과, 더 폭넓게 생각해 보라는 간헐적인 프롬프트가 전부였습니다) 53시간 동안 작업한 끝에 이 문제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접근법에 도달했습니다.
점 덧셈 비용의 대부분은 모듈러 역원(modular inversion)이라는 단일 단계에서 나옵니다. 타원 곡선 연산은 정해진 한계에 도달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는 수를 사용합니다. 모듈러 역원은 이런 순환 방식의 나눗셈으로, 정수 a가 주어졌을 때 ax ≡ 1 (mod p)을 만족하는 x를 찾는 것입니다. 일반 컴퓨터는 divsteps라는 방법으로 이 연산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습니다. divsteps는 숫자 한 쌍에서 시작해 여러 번 반복하며 이를 계속 단순화합니다. 각 반복에서는 현재의 숫자 쌍을 살펴보고 조건에 따라 서로 바꾸거나, 더하거나, 빼거나, 반으로 나눕니다. 이 과정에서 마지막에 모듈러 역원을 얻는 데 꼭 필요한 정보만 보존합니다.
divsteps는 일반 컴퓨터에서 성공적이었지만, 앞서 설명한 가역성 제약 때문에 실용적인 양자 회로로는 아직 구현되지 못했습니다. 반복마다 어떤 연산을 골랐는지 기록한 분기 정보(branch information)는 일반 프로그램이라면 그냥 버려도 되는 중간 작업물입니다. 반면 양자 회로는 계산을 거꾸로 실행할 수 있도록 이 기록을 유지해야 합니다. 따라서 divsteps를 그대로 양자 회로로 옮기면 분기 정보가 길게 쌓일 수밖에 없고, 이를 저장하려면 막대한 수의 추가 큐비트가 필요합니다.
Claude는 divsteps 방식이 양자 회로에서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전체 이력을 저장하지 않고도 해결할 방법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붙었습니다. 그러던 중 기록을 아예 저장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떠올렸습니다. 매 반복 후 숫자 쌍을 꼼꼼히 살펴보면 분기 정보를 직접 추론("디코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추론한 것입니다. 말하자면 숫자 자체가 기록을 담고 있는 셈이며, 그러면 추가 큐비트 없이도 회로를 거꾸로 실행할 수 있습니다.
이 아이디어를 검증하기 위해 Claude는 디코딩을 수행하는 단순한 후보 규칙을 여러 개 탐색했습니다. 초기 규칙들은 작은 테스트 사례에서는 작동했지만, 256비트 숫자라는 실제 문제 크기에서 시험하자 실패했습니다.
그러자 Claude는 더 이론적인 접근을 시도했습니다. 규칙을 추측하고 시험하는 대신, divsteps가 왜 그렇게 동작하는지 수학적으로 이해하려고 한 것입니다. 반복 과정에 관한 일련의 결과를 증명했고, 그중에는 새로운 대수적 항등식 여러 개도 있었습니다. Claude는 이 항등식들로부터 숫자 쌍에서 분기 정보를 정확히 복원하는 디코딩 규칙의 정밀한 공식을 유도했습니다. 그런 다음 대규모 수치 시뮬레이션으로 공식을 확인하고, 이어서 Lean으로 형식화해 검증했습니다. 이렇게 검증을 모두 마치고 Claude는 분기 이력을 저장하지 않는, divsteps의 첫 가역 구현을 만들어 냈습니다.
디코딩은 큐비트를 아끼는 대신 시간이 더 듭니다. 그래서 Claude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분기 정보를 디코딩하기보다 저장하는 편이 더 저렴한 경우를 찾았습니다. 회로가 분기 정보를 디코딩하지 않고 저장하는 기준 임계값을 바꿔 가며, 두 극단 사이에 놓이는 새로운 설계 스펙트럼을 만들었습니다. 이전의 가장 작은 설계와 비교하면, 이 스펙트럼에 속한 한 회로는 큐비트를 12% 더 쓰지만 게이트는 17배 적게 씁니다. 더 일반적으로, 새 설계들은 파레토 프런티어를 넓혀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큐비트 수와 실행 시간의 조합을 제공합니다(표 1).

최적화 문제는 일정 관리, 물류, 재료 설계 등 폭넓은 작업의 핵심에 있습니다. 최적화 문제는 서로 충돌하는 제약 조건들을 제시하고, 그중 최대한 많은 조건을 만족하는 해를 찾도록 요구합니다. 이런 문제를 위한 양자 알고리즘이 많이 제안되었지만, 대부분 일반 컴퓨터 대비 이득이 크지 않거나 불확실합니다. 디코딩 양자 간섭법(DQI, Decoded Quantum Interferometry)은 문제가 커질수록 격차가 급격히 벌어지는 초다항식적 양자 속도 향상을 제공할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하나입니다.
양자 컴퓨터가 계산을 마치고 큐비트를 읽어 내면, 중첩 상태로 가지고 있던 가능성 중 무작위로 선택된 답 하나만 나옵니다. DQI는 좋은 해가 나쁜 해보다 읽힐 확률이 높은 양자 상태를 준비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이를 위해 간결한 요약 정보로부터 짧은 "오류" 목록을 복원하는 오류 정정 디코더를 사용하며, 이 단계가 알고리즘에서 가장 비용이 큽니다. 따라서 더 빠른 디코더를 만들 수 있다면 DQI도 더 빠르게 수행할 수 있습니다.
DQI를 처음 제안한 연구진은 최적 다항식 교차(OPI, optimal polynomial intersection)라는 문제로 이를 시연했습니다. OPI는 곡선 피팅을 격자 형태로 바꾼 문제입니다(그림 3). 각 위치 x마다 허용되는 y 값이 여러 개 있는 격자를 떠올려 보세요. 목표는 최대한 많은 x 위치에서 허용되는 칸을 지나는 단순한 곡선(저차 다항식)을 찾는 것입니다. DQI는 Reed–Solomon 디코더라는 특정 유형의 디코더를 사용해 이 최적화 문제를 풉니다.

Reed–Solomon 디코딩은 앞서 말한 오류의 간결한 요약 정보에서 출발하며, 이 요약을 신드롬(syndrome)이라고 합니다. 디코더가 할 일은 이 요약으로부터 데이터의 어디에서 어떤 오류가 발생했는지 추론하는 것입니다. 기존 최고 수준의 양자 회로는 확장 유클리드 알고리즘으로 신드롬을 처리했습니다. 나눗셈과 교환을 이어 가는 이 알고리즘은 주어진 입력에 따라 단계의 수와 순서가 달라집니다. 여기서 양자 회로의 제약이 다시 나타납니다. 일반 프로그램은 입력마다 다른 경로를 따를 수 있지만, 많은 입력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양자 회로는 모든 입력을 고정된 하나의 게이트 순서로 처리해야 합니다. 이를 감당하기 위해 기존 설계는 어떤 단일 입력이 필요로 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반복으로 계산을 늘려야 했고, 불필요한 경우에도 매 반복마다 모든 연산을 실행해야 했습니다.
이 디코더를 개선하면 DQI의 실행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Google Quantum AI 연구진의 추정에 따르면, 특정 OPI 문제 하나를 푸는 데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슈퍼컴퓨터 중 하나인 Frontier로는 약 3개월이 걸리지만, DQI를 실행하는 미래의 양자 컴퓨터로는 약 1시간이면 됩니다. 그 1시간의 대부분은 Reed–Solomon 디코딩에 쓰입니다.
그래서 Claude에게 디코딩 단계를 위한 더 효율적인 양자 회로를 설계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Claude는 확장 유클리드 알고리즘이 양자 회로에 잘 맞지 않는다고 빠르게 결론 내렸습니다. 대신 Berlekamp–Massey 디코딩이라는 다른 방법을 중심으로 회로를 구성했습니다. 이 방법은 신드롬(오류 요약)을 하나씩 읽어 가며, 목록의 각 숫자를 그 앞의 숫자들로 예측하는 가장 단순한 규칙을 점차 알아냅니다. 이 규칙을 찾고 나면 오류가 드러납니다. 확장 유클리드 알고리즘과 달리 Berlekamp–Massey는 매 반복에서 같은 종류의 단계를 수행하고 항상 같은 횟수만큼 반복하므로, 양자 회로의 고정된 단일 게이트 순서와 잘 맞습니다. 덕분에 Claude는 훨씬 더 효율적인 토대 위에서 설계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
Berlekamp–Massey로 바꾸자 입력마다 다른 경로를 타야 하는 문제는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이를 가역적으로 만들면서 앞서 설명한 역계산 제약 때문에 또 다른 난관이 생겼습니다. 회로는 매 반복마다 잠깐만 필요한 임시 값을 계산하는데, 이 정보를 그냥 삭제할 수는 없습니다. 나중에 역계산하려면 그 정보를 복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정보를 저장하는 것은 비용이 너무 커서 현실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Claude는 divsteps 때와 같은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이 정보의 대부분을 회로의 현재 상태에서 복원할 방법을 찾아내, 저장하지 않아도 되게 한 것입니다. 다만 몇몇 예외적인 값은 이런 방식으로 복구할 수 없어서 저장해야 했습니다.
예외적인 값이 35번의 서로 다른 반복에서 발생하는 최악의 경우까지 대비해 메모리를 확보하려면 큐비트 665개가 필요합니다. Claude는 대신 고속 시뮬레이터를 직접 작성해 4억 300만 번의 디코딩 표본을 돌리고, 이런 예외가 실제로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지 측정했습니다. 거의 모든 실행에서 저장해야 할 값은 많아야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Claude의 회로는 저장 값 하나, 즉 19큐비트 분량의 공간만 확보해 둡니다. 약 1만 번 중 한 번은 그보다 많이 필요해 실패하지만, 이는 과제가 허용하는 오류율 안에 충분히 들어옵니다. 이런 개선으로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대규모 예비 공간이, 작고 고정된 수의 큐비트와 게이트로 바뀌었습니다(그림 4).
이 최적화들을 종합하면 디코더의 게이트 수는 Google의 기존 구성보다 12배 줄었습니다. 개선은 세 가지 수준에서 계산을 재설계한 데서 나왔습니다. 방법을 바꾸었고(확장 유클리드 알고리즘을 Berlekamp–Massey 디코딩으로 대체), 회로 구조를 바꾸었으며(임시 값을 저장하는 대신 복원), 자원 예산도 바꾸었습니다(회로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메모리와 계산량을 정밀하게 측정). 어느 하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겠지만, 이 셋이 합쳐져 DQI에서 가장 비용이 큰 단계를 10배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줄였습니다.

과학의 진보는 이론적 아이디어를 실용화하는 데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때 비현실적이라고 여겨지던 과정을 충분히 빠르고 저렴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그 주된 방식 중 하나입니다. 양자 회로 설계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앞서 설명한 FeMoco 추정치의 15만 분의 1 감소는 여러 연구 그룹이 8년에 걸쳐 이룬 성과이고, 각 단계에는 보통 몇 달의 작업이 들었습니다. 이와 달리 Claude의 타원 곡선 설계는 단 한 번, 53시간의 실행에서 나왔습니다.
이번 결과는 AI가 회로 설계 작업을 뒷받침해, 유용한 양자 계산을 실제 하드웨어의 역량에 더 가깝게 끌어오는 구현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AI가 이 작업을 앞당길 수 있다면, 유용한 양자 컴퓨팅도 더 일찍 올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제에서 Claude가 보여 준 성과는 고무적이지만 한계도 발견했습니다. 초기 실험에서 Claude는 본래 보수적이었습니다. 눈에 띄는 개선도 거듭 의심했고, 이미 충분히 뒷받침된 결과를 두세 번씩 재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신중함이 유용할 때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divsteps 설계를 검증하려고 Lean 증명을 작성한 것도 그 덕분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접근법보다 기존에 잘 알려진 접근법을 선호하는 경향으로도 나타났습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두 가지 조치를 취했습니다. 첫째, 설정 단계에서 Claude가 질적으로 서로 다른 접근법을 여러 개 제안하고 병렬로 발전시키도록 했습니다. 둘째, 탐색 범위를 넓혀 보라는 프롬프트를 간헐적으로 주었습니다. 이런 개입 덕분에 Claude가 더 야심 찬 아이디어를 추구하게 되었습니다. 타원 곡선 결과가 그 예로, 기존 설계에서 게이트를 몇 개 덜어 내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가역 모듈러 역원 방식을 탐색하고, 이를 실용화하는 데 필요한 수학적 결과를 유도해서 나온 것입니다. Claude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뒤 접근법을 발전시키고, 구현하고, 정확성을 검증하는 과정까지 자율적으로 해냈습니다.
회로 설계는 유용한 양자 컴퓨터를 만드는 과정의 일부일 뿐입니다. 큐비트는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기계는 작동하는 동안 스스로 오류를 잡아내고 고쳐야 하며, 이는 오류 정정 코드, 빠른 디코더, 하드웨어 제어 등 다른 많은 구성 요소에 달려 있습니다. 이 구성 요소들은 서로 영향을 주지만, 복잡성을 관리하려고 대개 따로따로 설계합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회로 설계가 Claude에게 잘 맞았던 이유와 같은 특성을 공유합니다. 설계를 코드로 쓸 수 있고, 정확성을 검증할 수 있으며, 비용으로 점수를 매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가능성이 떠오릅니다. 각 구성 요소를 따로 설계하는 대신, AI가 알고리즘부터 하드웨어까지 모두 함께 최적화해 특정 문제에 맞춘 오류 정정 양자 컴퓨터 전체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설계는 특정 응용에 어떤 기능이 가장 중요한지 하드웨어 제작자에게 알려 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촉매 설계나 새로운 소재 이해 같은 문제가 최초의 결함 허용 양자 컴퓨터의 손이 닿는 범위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서 유익한 논의를 해 준 Arjun Kar와 Vinay Ramasesh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