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정답지가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잘해낸다. 당신의 커리어는 바로 그 정답지가 없는 영역에 있다.
AI가 진정으로 잘하게 될 영역이 있다면, 그건 정답지가 존재하는 모든 것이다. 학교는 예전부터 정답지로 가득한 세계였다. 정해진 답을 맞히는 것이 전부였기에, 학교는 성공의 기준을 정의하는 가장 강력한 틀이었다. 그런데 AI 시대에도 흔들리지 않는 일, 점수를 매길 수 없는 일의 본질은 문제를 더 잘 푸는 능력이 아니다. 시스템을 설계하거나, 사람을 이해하거나, 새로운 것을 만드는 능력도 아니다. 무엇을 만들지 선택하고, 그게 좋은 것인지 판단하는 능력이다. 나머지는 결국 AI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해낼 것이다.
나는 아일랜드 시골에서 16살에 브라우저를 만들며 엔지니어링을 시작했다. 이후 구글에서 14년 넘게 일하며 Chrome, Gemini, Cloud AI 팀을 이끌었고, O'Reilly 책도 여러 권 썼다. 핏이 맞지 않을 때는 최전선 AI 연구소나 FAANG 기업의 제안도 거절했다. 뛰어난 사람은 언제나 필요하다. 그렇기에 우리 각자는 최선을 다해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다.
커리어에 관한 조언 대부분은 여전히 유효하다. 빠르게 성장하는 조직에 올라타되, 자리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 에이전트 기반 코딩의 등장으로 세부 사항은 조금 달라졌지만, 지금 야망 있는 엔지니어들에게 미리 알려주고 싶은 것들을 정리해봤다.
희소한 자원에 집중하라. 내가 쌓은 평판 중 높은 연봉을 쫓아서 얻은 것은 거의 없다. 오픈소스에 쏟아부은 시간은 직접적인 보상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 시간이 평판과 관계로 이어졌고, 그것이 나중에 기회로 쌓였다. 특정 직장에서 받은 보상은 쓰면 사라졌다. 평판은 계속 돌아왔다.
풍족한 자원은 많다. 자본은 넘친다. 시간도 넘친다. 진짜 관계, 특히 좋은 일을 해왔다는 실적은 여전히 희소하다. 돈은 몇 주 만에 모을 수 있지만, 평판은 그렇게 모을 수 없다. 전략은 단순하다. 좋은 일을 하고, 좋은 일을 알아보는 사람들에게 보이게 하라. 바이브 코딩으로 단기 수익을 내는 게 너무 쉬워진 세상에서, 그 단기 수익의 가치는 점점 낮아진다. 무언가를 출시하는 것 자체가 쉬워질수록, 무엇을 출시할지 선택하는 능력이 오히려 희소해진다.
문제를 푸는 것보다 찾는 법을 배워라. 처음 문제 선택의 무게를 느꼈을 때만 해도 LeetCode는 실력의 척도처럼 보였다. 하지만 에이전트가 그런 작업을 흡수하면서, 문제를 푸는 것은 흔해지고 문제를 선택하는 것이 희소해졌다. 내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다이얼업이 느리다는 걸 발견하고 멀티 연결 청크 다운로드 방식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문제는 평생 다시 풀 일이 없다는 걸 직감하고는, 다음으로 골몰할 만한 복잡한 문제를 향해 바로 나아갔다. 문제를 찾는 능력은 언제나 푸는 능력보다 앞서 있었다.
에이전트가 그들의 문제 세트를 통과하는 걸 보고 맥없이 무너지는 학생들을 봐왔다. 마치 전자레인지 숫자를 잘못 누르고 기다리는 것처럼. 같은 에이전트, 같은 문제 세트인데, 사용하는 토큰과 시간은 천차만별이었다. 왜일까? 결국 강한 사람은 판단력과 직관을 가져오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프롬프트만 가져오기 때문이다.
나는 예전에 보일러플레이트를 직접 짜고 버그를 고치면서 그 판단력을 쌓았다. 인간이 만들 수 있는 최악의 추상화를 온몸으로 겪었다. 각 커밋에서 이전 작성자들의 혼란스러운 흔적을 마주할 때마다, 마치 처음 보는 광경을 대하는 것처럼 경외감과 함께 접근했다. 커밋 하나하나가 사후 통찰과 판단력을 키워줬다. 에이전트는 그 반복 훈련을 자동화한다. 감각은 패턴 인식이지만, 그 패턴 인식은 반드시 직접 일을 해보면서 얻어야 한다.
진짜 위험은 에이전트가 나쁜 코드를 작성하는 게 아니다. 그건 이미 겪어봤다. 문제는 그걸 구분하는 능력을 잃는 것이다. 판단력은 쓰지 않으면 퇴화한다. 결과물은 겉보기에 멀쩡한 코드처럼 보일 테니까.
실력 있는 개발자는 에이전트를 모든 것에 앞세우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연습한다. 정말 중요한 문제 몇 가지를 골라라. 에이전트 없이 직접 어렵게 풀면서, 시스템과 언어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깊은 멘탈 모델을 쌓아라. 직접 쓰는 코드보다 읽는 코드를 수천 배 늘려라. 에이전트가 만든 diff는 사람이 작성한 코드를 리뷰하듯 신중하게 근거를 따져가며 살펴라. 최소 하나의 시스템은 입력부터 출력까지 끝에서 끝까지 깊이 파고들어라. 매일 에이전트가 뭔가 이상한 것을 자신 있게 제안하는 순간을 포착해 개인 로그로 남겨라. 바로 거기서 감각이 쌓인다.
진정으로 성장하는 엔지니어는 제안을 가장 빠르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아니다. 언제 거절해야 하는지를 즉각적으로 아는 사람이다.
실행에서 지휘로 전환하라. 사람에게 위임하듯, 에이전트에게도 위임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작업 범위를 정하고, 완료 기준을 명확히 하고, 신뢰 수준을 조율하고, 결과를 검증하라.
자율성은 직급이 아니라 설정값이다. 작업마다 켜고 끄는 스위치다. 작고 되돌리기 쉬우며 검토 비용이 낮은 작업에서는 자율성을 최대로 올려라. 실수를 되돌리기 어려운 작업에서는 낮춰라.
명세 작성과 검증은 서로 다른, 그리고 상호 보완적인 두 가지 능력이다. 에이전트의 결과물은 내가 전달한 의도만큼만 좋다. 뛰어난 엔지니어일수록 명확한 사고를 읽기 쉬운 정밀한 명세로 옮기는 능력이 있다.
검증이지, 증거가 아니다. 에이전트가 자기 숙제를 스스로 채점하는 방식의 증거는 의미 없다. 검증 없는 대규모 위임만큼 사기를 꺾는 것도 없다.
출시한 것에 책임져라. 에이전트가 작성한 코드가 프로덕션에서 터졌을 때, "AI가 한 거라서요"는 변명이 되지 않는다. 변경 이력에는 당신 이름이 있다. 무엇이 나갔는지,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이해하는 책임 있는 사람의 자세를 가져라.
문제의 가장 야심찬 버전을 풀어라. 리치 서튼의 쓴 교훈(Bitter Lesson)이 있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추가 연산으로 확장 가능한 범용 방법론이 수작업으로 조율된 특수 방법론을 결국 이긴다. 커리어에도 같은 교훈이 적용된다. 쉬운 버전의 문제를 푸는 것은 의미가 없다. 가치는 어려운 버전에 집중되어 있다.
마지막 한 걸음을 전력으로 달려라. 어떤 에이전트도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한 시스템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대체로 에이전트는 기능의 70%를 빠르게 만들어준다. 나머지 30%, 즉 지저분한 엣지 케이스 디버깅, 올바른 아키텍처 설계, 적절한 감각의 발휘가 승부를 가른다. 오늘날 평균적인 결과물은 대충 짠 프롬프트에서 에이전트가 뱉어내는 것이다. 당신이 테이블에 가져올 수 있는 유일한 가치는 그 평균을 최대한 멀리 넘어서는 것이다. 초안이 공짜로 생기는 세상에서, 완성도가 곧 상품이다. 마지막 한 걸음을 전력으로 달리기 위해 내가 쓰는 방법이 있다. 몇 달마다 최신 최고 모델을 써서 처음부터 완전히 새로 만드는 것이다. 어정쩡한 기존 코드를 억지로 살려내는 것보다 오히려 덜 지친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 내 일은 강하게 마무리하는 것이었다. 강하게 마무리하는 것과 그냥 마무리하는 것의 차이는 다듬기에 있다. 한 시간을 더 투자하면, 중요한 사람들 눈에 곧바로 보인다.
xG와 결정력을 모두 높여라
축구에 주가처럼 추적하는 지표가 있다면, xG(기대 골)가 그것이다. xG는 당신의 플레이가 만들어내야 할 득점 기회의 수를 측정한다. 결정력은 그 기회를 실제로 골로 전환하는 능력이다. 기회가 몇 번 올지는 계획할 수 없지만, 플레이를 통해 충분한 기회를 만들어내길 바랄 수 있고, 커리어를 쌓아가면서 그 기회를 마무리하는 능력은 키울 수 있다.
커리어도 마찬가지다. 평판이 골 앞에 서게 해주고, 좋은 판단력이 그것을 골로 만든다. 기회는 준비됐든 아니든 찾아온다. 얼마나 많은 기회를 얻고 그중 무엇을 완성하느냐는 자신에게 달렸다. 내가 얻은 큰 기회는 언제나 공개적으로 해온 작업에서 비롯됐지, 지원한 직장에서 나온 적이 없다. 어떤 기회가 올지는 짜놓을 수 없다. 다만 그것이 떨어지는 자리에 내가 서 있을 수 있도록, 최대한 기회를 만들어두고 그 순간을 잡을 준비를 해야 한다.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는 지금 회사의 현재 제품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것이다. 물론 당신의 일이 어딘가에 존재해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좋은 팀은 현재 제품을 빠르게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바꿔나간다. 그러니 데모가 아니라 팀과 시장 기회에 베팅하라. 데모는 스냅샷일 뿐이다. 팀이 곧 방향이다. 초지능에 관해서도 한마디 하자면, 미래 모델이 결국 지식 노동자가 하는 일 대부분을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하룻밤 사이에 모든 것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고, 전부를 대체하지도 못할 것이며, 우리가 하는 많은 일을 해내지 못할 것이다. 새로운 종류의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다. 검증은 언제나 병목이 될 것이다. 어떤 문제가 풀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고, 각 문제에 적절한 양의 판단력을 배분하는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사람이 바로 당신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있는 자리에서 최전선의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AI 연구로 가는 문은 보이는 것보다 좁지 않다. 연구소가 없어도 직관을 키울 수 있다. 모델을 치열하게 써보고, 거기서 발견한 것을 평가(evaluation)로 만들어라. 이해는 평가와 벤치마크 속에 있다.
정리하자면, 세상은 기회가 부족한 게 아니다. 올바른 문제를 찾고, 기계가 그것을 제대로 풀었는지 판단하고, 기계가 멈춘 지점 너머까지 마무리할 수 있는 사람이 부족하다.
"마지막 한 걸음"을 퍼즐의 가장 큰 조각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에이전트 시대에서 그 마지막 몇 발은 사실상 무한하다(에이전트의 결과물 규모는 무한히 확장되지만, 당신은 그렇지 않다). 당신의 주의력은 가장 소중한 자산이며, 리필되지 않는다.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다른 누군가가 채점할 수 있는 것은 자동화된다. 커리어는 채점 불가능한 부분이다. 무엇이 중요한지 선택하고, 제대로 해냈는지 솔직하게 판단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것. 그것을 하라. 공개적으로. 어려운 문제 곁에서. 나머지는 자연히 따라온다.
이 글은 Phil Chen의 원문을 토대로 발전시킨 것으로, 원문도 꼭 읽어보길 권한다.